조선환관 의미와 역할
환관은 벼슬 '환' 자와 벼슬 '관' 자가 합쳐진 말입니다. 풀이하면 '벼슬을 하는 관리'라는 뜻이지만, 사실 이 말에는 한 가지 뜻이 더 숨어 있습니다. '환'에 '남성성을 상실했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환관은 '생식기능이 제거되어 남성성을 상실하고 관직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조선시대에는 환관을 내시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환관은 왕을 비롯한 왕실 사람들 옆에서 시중을 들며 궁녀들이 하기 힘든 일을 했을 뿐만 아니라, 왕과 신하 사이에서 나랏일을 돕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을 굳이 환관에게 맡긴 이유는 궁궐이라는 장소의 특수성 때문이었습니다. 왕의 여자들이 있는 곳이 바로 궁궐이었습니다. 궁 안에는 왕후를 비롯해 여러 후궁이 있었고, 궁에서 일하는 수많은 궁녀 또한 왕의 여자들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24시간 궁궐의 일을 돌보며 궁녀, 후궁 등 왕의 여자들과 자주 부딪혀도 왕이 안심할 수 있는 남자가 필요했습니다. 그들이 바로 남성성을 상실한 남성, 환관이었습니다. 결국 환관은 전제군주제의 특성에서 탄생한 직업입니다. 조선시대 환관의 업무는 지금의 대통령실 공무원이 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무원이 직급에 따라 다른 일을 하듯 환관 또한 품계에 따라 담당 업무가 나뉘어 있었습니다. 종 9품의 품계를 받은 환관은 '정원 가꾸기'를 합니다. 정 9품으로 승진하면 '야간 시각 통보'를 맡았습니다. 4품 환관이 되면 대전이나 중궁전에 배치되어 왕이나 왕비의 명을 전달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혜택
조선 시대에 환관이 되려 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신분이 낮은 이들이었습니다.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은 신분에 따라 부의 편차도 심했는데 환관이 되면 신분과 상관없이 번듯하게 궁궐에서 일을 하고, 월급을 받아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먹고사는 걸 걱정해야 하고, 과거에 응시할 자격이 없는 신분에게 환관이 되는 것은 가난에서 탈출하는 확실한 방법이었습니다. 환관은 품계에 따라서 녹봉을 받았는데, 처음에는 밥을 굶지 않을 정도로 시작했습니다. 큰돈은 아닐지라도 꾸준히 지급되는 녹봉이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장점이었습니다. 게다가 환관 중 최고 품계인 상선이 되면 월급으로 쌀 1석 1말과 콩 10말 정도를 받았는데, 이는 현재 총리급에 해당하는 정1품 영의정보다 많은 양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환관은 정년이 없는 직업이었습니다. 환관이 공식적으로 은퇴하는 시기는 그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였습니다. 약 70세가 넘어 은퇴할 경우에도 굶지 말라고 나라에서 매달 쌀을 주고 집도 내려주는 등 일종의 연금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은퇴해도 걱정 없는 평상 보장 시스템이었습니다. 고위 환관이 되면 여러모로 놀라운 삶이 펼쳐졌습니다. 정 3품 이상의 환관들에게는 나라에서 노비와 함께 '인로'까지 제공했습니다. 인로는 높은 사람이 행차할 때 미리 나서서 길을 트는 사람입니다. 2품에 오른 환관의 경우 그 부모에게까지 관직을 내려주기도 했습니다. 사대부와 같은 대우를 받았던 것입니다. 이렇듯 환관에게는 녹봉뿐만 아니라 여러 혜택까지 있었으니 대단히 매력적이었을 것입니다.
환관으로 입궁하는 법
누구나 환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환관으로 입궁하려면 우선 궁궐에 가서 정식 환관 채용 시험인 '소환' 선발 시험을 치러야 했습니다. 소환이란 요즘으로 치면 인턴 환관으로, 무려 약 10년이나 되는 인턴 생활을 거쳐야 정식 환관이 될 수 있었습니다. 생식기능은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전에 제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소환의 뜻 또한 거세된 어린 환자이므로, 소환 선발 시험의 대상은 어린이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환관을 희망하는 어린이들이 모이면 환관을 관리하는 내시부에서 가장 먼저 생식불능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그다음에야 본격적인 선발 시험을 치렀습니다. 첫 번째는 신체검사였습니다. 신체에 불편한 곳이 있으면 왕실 사람들을 모시거나 궁 안의 일을 돕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궁중 상식 검사였습니다. 대궐문의 이름과 개수, 궁궐 전각 이름, 궁중 용어 등을 공부해서 시험을 보았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소학, 사서 등 유교의 기본에 대한 상식 평가도 이어졌습니다. 환관은 왕실 사람들의 말을 정확히 알아듣고, 궁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적응해 업무를 수행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인내심 검사였습니다. 환관은 왕의 비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철저히 비밀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환관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자질이었습니다. 이 시험들을 모두 통과해야 비로소 소환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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